엄마에게 쓰는 편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엄마 마리 드 퐁소콜롱브는 프랑스 미술전에서 수상한 화가이자 신앙심 깊은 글로 존경을 받던 작가였다, 남편 장 바티스트가 뇌출혈로 다섯 남매를 남기고 세상을 떠나자 엄마는 이타적인 교육 철학과 예술적 감수성으로 자식들을 키웠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문학성은 이러한 엄마의 예술성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모자간의 교감은 각별한 것이었다. 생텍쥐페리가 1944년 7월 31일 독일군 정보 수집을 위해 출격했다가 실종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의 수신자도 엄마 마리였다. 그 편지는 1년 후에나 엄마에게 전달되는데, 당시까지도 아들의 죽음을 믿지 않고 있던 마리는 그제서 오열을 터뜨리며 주저앉고 만다. 그토록 모성애를 자극했던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엄마, 제 마음속 깊은 곳에서 엄마를 안아드리듯이 저를 안아주세요.”

생텍쥐페리는 열 살 무렵 중학교 시절부터, 자신의 소설을 읽고 비행사가 된 독일인 리페르트에 의해 지중해 한 가운데서 격추당해 전사하기 직전까지 친지와 동료들에게 수많은 편지를 썼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깊이 어린 마음의 혼을 담아 쓴 편지는 엄마에게 쓴 편지들이었다. 지난 호에서 이야기한 보물창고로서의 어린 시절 고가에 대한 기억부터 『‘어린 왕자』와 『사람들의 땅』(인간의 대지), 유작 『성체』의 동료 의식의 열정적 토로에 이르기까지 고비를 맞는 순간마다 엄마 앞으로 보낸 편지를 읽노라면 그의 문학적 재능과 세상에 대한 배려가 엄마의 봉사 정신과 창작력으로부터 유래함을 알 수 있다. 제1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고향 앙베리외 역에 의무실을 건립하여 귀향한 부상자들을 돌보며 당시 상황을 글로 남기기도 하였다.

생텍쥐페리는 늘 자신의 편지를 ‘사랑하는 엄마’로 시작하고 있다. 그의 나이 열일곱 생루이 고등학교 시절 엄마에게 보낸 편지는 세상 모든 아들이 마음속에 담고 있으면서도 차마 말로 깨내지 못하는 애절함을 담고 있다.

“엄마가 제게 베풀어 주신 모든 것에 대해 한 없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툭하면 심통을 부리는 저를 배은망덕하다고 생각하시지는 않겠죠.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시잖아요. 엄마.”

루마니아 출생 에밀 시오랑이 말했듯이 감사는 가장 위대한 덕목들 가운데 하나에 그치지 않고, 다른 모든 것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엄마에 대한 감사에서 비롯하는 절절한 사모곡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도 계속되어 읽는 이의 감동을 자아낸다.

“제게는 무한한 엄마의 다정함이 필요해요. 사랑하는 엄마, 내 사랑 엄마. 무슨 이유로 제가 사랑하는 이 지상의 모든 것이 위협을 받아야 하는 건가요?”

청년 시절 해군사관학교 입시에 실패하고, 국립미술학교 강의를 청강하며 오페라 대역으로 용돈을 벌며 살아가던 이야기를 꺼내면서도 생텍쥐페리의 마음은 엄마의 자상함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제겐 너무 상냥한 엄마, 엄마는 아시죠. 제가 아는 이 세상 모든 엄마들 가운데 엄마가 가장 자비스러운 분이라는 것을. 엄마는 충분히 행복할 자경이 있고, 온 종일 투덜대고 성화만 부리는 다 큰 쩨쩨한 아들을 두어서도 안 되는데. 엄마 그렇죠?”

편지에 배어 있는 앙투안의 애정은 두 모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고통 받고 있는 세상 만인을 위한 것이고, 그것이 사람들 사이의 연대 의식과 동료 의식에서 삶의 가치를 추구한 생텍쥐페리가 글을 쓰는 근본 동기이기도 하다. 어린 아이 시절 벌레를 보면 밟지 않으려고 길을 돌아가던 생텍쥐페리, 산비둘기를 길들이러 전나무 꼭대기에 오르던 생텍쥐페리, 그는 사막에서는 영양을 길들이고 무어인들을 길들였다, 어린왕자가 만난 사막의 여우는 이미 어린 시절 생텍쥐페리가 소중히 여기는 타인에 대한 열린 마음으로서의 우정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생텍쥐페리는 비행사이자 작가, 협상가이자 투쟁가, 화가이자 성인이기 이전에 한없이 다정한 엄마의 아들이었다. 위대한 작가가 가장 서글퍼했던 것은 오랫동안 엄마를 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오래 떨어져있어 작아지고 늙어버린 엄마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졌다는 생텍쥐페리.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를 소홀히 하고 자식과 반려 동물에는 지나친 애정을 보이는 현대인들이 『어린 왕자』를 제대로 읽는다면 효성에 대한 자녀 교육 또한 저절로 이루어지리라. 엄마에게 편지를 쓰자. 돌아가신 엄마께도 편지를 쓰고 간직하고 마음에 품자. 모든 엄마는 우리 마음의 관세음보살 같은 존재요 성모마리아 같은 존재다. 삼라만상의 엄마인 관세음보살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돌이킬 기회를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가 엄마에게 쓴 편지가 선물하고 있다.

 

생텍쥐페리가 엄마에게 쓴 편지 생텍쥐페리의 엄마 마리 드 퐁소콜롱브 생텍쥐페리의 엄마 마리 드 퐁소콜롱브의 산책 모습 엄마 동생과 함께 노년의 생택쥐페리 엄머